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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신랑의 정체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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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정체

어느 날, 베이커 가의 하숙집 난로 앞에서 홈즈와 나는 각자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홈즈가 나에게 세상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왓슨, 인생은 인간의 정신이 창조하는 그 어떤 것보다 기묘하다고 할 수 있어. 인간의 상상력은 아주 식상한 일상에도 미치지 못한다네.
만약 우리가 런던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하늘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떨까? 지붕 밑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
더없이 기이한 우연의 일치, 수많은 계획, 항상 엇갈리는 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독특한 사건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인연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볼 수 있을 거야. 실제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결말이 빤한 소설 나부랭이는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게
되겠지."
"글쎄,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네만 신문에 보도되는 사건들은 대부분 추악하고 상스러워. 하지만 경찰에서 내놓는 보고서는 사실적이기는 하지만
재미도 예술적인 감각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닐까?"
"사실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선택과 분별이 있어야 한다네. 하지만 경찰 보고서는 사진의 생생한 모습보다는 공문서에 어울리는
상투적인 문구에 중점을 두지 않던가. 경찰 보고서를 보면 일상생활이 제일 부자연스러운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라네."
"자네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안다네. 물론 자네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조언과 도움을 주고있어.
그것도 세 대륙에 걸쳐서 말이야. 그 과정에서 겪에 되는 이상하고 기묘한 사건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네."
나는 보고 있던 아침 신문을 들어 홈즈에게 보여주었다.
"홈즈, 자네말이 옳은지 한 번 시험해 볼까? 여기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 이라는 기사가 있군. 아직 이 기사는 읽지 않았지만 내용은 안 봐도
빤하네 밖에서는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안에서는 아내를 때리는 남편 얘기겠지. 여기에 언니를 불쌍하게 여기는 여동생이나 친척이
참다못해 나설 것이고. 아무리 실력이 없는 작가라도 이보다 못한 소설을 쓰지는 못할 걸세."
"왓슨, 안타깝지만 자네는 사례를 잘못 짚었다네."
홈즈는 내가 내민 신문을 훑어보면서 대답했다.
"이것은 던대스 별거 사진이야. 사실 나는 이 사건과 약간 관련이 있기도 하지. 이 남자는 바람은커녕 술도 한 번 입에 안 대 본 남자인데
식사 때마다 틀니를 빼서 아내에게 집어던지는 묘한 습관이 있다네. 이런 이야기를 소설가가 상상해 낼 수 있을까?
어림도 없을 거야. 자, 여기 담배 한 줌을 집어 들고 자네의 패배를 인정하게나."
홈즈는 뚜껑 한가운데에 커다란 자수정이 박혀 있는 데다가 금으로 만들어진 코 담뱃갑을 내밀었다. 평소 그가 얼마나 검소한지 잘
아는 나는 호화스럽기까지 한 답뱃갑을 보고 깜짝놀랐다.
"자네, 이게 뭔가? 이런 담뱃갑을 자네가 가지고 있다니 놀라운걸."
"아, 이건 보헤미아 왕이 아이린 애들러 사건을 도와준 데에 대한 보답으로 준 기념품이라네. 몇 주 동안 자네를 보지 못해서 말할
기회가 없었군."
"그럼 자네 손에서 반짝거리는 그 반지는 무엇인가?"
"아, 이건 네덜란드 왕실에서 보내준 작은 기념품이지. 왕실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 주었더니 답례로 보냈더군. 그 사건은 매우 미묘해서
아직 자네에게도 말해주지 못했어. 이해해 주게."
"괞찮다네. 언젠가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 요즘 조사하고 있는 사건은 없나?"
나는 궁금한 마음에 홈즈에게 물었다.
"뭐 열 건에서 열두 건 정도인데 모두 중요한 사건들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흥미를 가질 만한 것은 없다네. 여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나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지. 조사 과정에서 흥미를 끄는 사건들은 대체로 중요하지 않다는거야.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중요한 사건보다 까다로운
분석과 관찰을 필요로 하거든. 사실 대형 범죄일수록 단순하다네. 큰 범죄일수록 그 동기가 뚜렷할 수밖에 없거든. 프랑스에서 의뢰한
조금 복잡한 사건 하나를 빼면 요즘 진행중인 사건에서는 특별한 게 없어. 하지만 좀 더 주의를 기울일 만한 사건이 들어올지도 모르겠군.
길 건너편에 있던 아가씨가 드디어 날 찾아온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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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4 18: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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