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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제국(가제) : 1장 황혼 (1)

2023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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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03/06 김창수(김구) : 대한제국 원수


안중근의 쿠데타는 실패하였다. 그 대가로 안중근과 그 동조자들은 전부 여순감옥으로 투옥되었다.


쿠데타의 여파가 퍽 강력했던지라 안중근이 투옥된지 꽤 긴 시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혼란은 여전했다.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폭풍은 없었지만 그 축축함과 서늘함을 보아 폭풍전야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안중근, 그의 방법이 잘못 되었던 것과는 별개로 그는 훌륭한 장군 이었다.

혼란에 빠진 대한제국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투쟁한 남자, 내심 김창수의 본심은 그를 존경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존경하고 있다. 그의 유산을 받아들일 사람은 김창수,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유산을 받아드릴 시간또한 적절했다. 안중근이 좌우익 양측의 정치인들과 총리마저 말 그대로 쓸어내버린 탓에 김희선이 주도하는 국가재건 최고회의라는 듣도보도 못한 허수아비가 나라를 이끌고 있었다. 자신과 자신의 동지들이 그 자리를 빠르게 잡으면 될 터였고. 조국의 해는 다시 뜰 터였다. 그는 잡념을 털어내고 앞에 있는 자의 눈을 깊게 들여다 보았다.


“어찌 그리도 수심깊은 눈으로 보십니까? 김창수 장군님”


“이건, 자네도 벌써 나이가 훌쩍 들었군”

“어찌 갑자기 감상적인 말을 하십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 싶군”


"아직 젊으시지 말입니다. 새로운 나라의 짐을 짊어지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도…. 김창수 원수님.”

그는 커피를 홀짝거리고는 입을 뗐다.


“왜 그러나?”


“저희 솔직하게 모든 수를 까놓고 이야기 합시다. 저희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힘들겠지, 아주 힘들겠지 지금 정권을 장악하려 아득바득 올라오는 빨갱이들을 몰아내야 하니까”


“그로 미루어 보아 저희가 하루빨리 정권을 장악하지 않으면 저희가 밀려나겠지오?”


“그렇지”


“윗선에서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총선거를 빨리 앞당길 것 이라는, 아마 빨갱이들이 김희선을 달달 볶은 모양입니다. 빨갱이들이 의회를 장악하기 위해 정세가 불안한 지금을 이용한 것 이겠지요”


“정말인가? 이거 상황이 별로 안좋군, 빨갱이들이 권력을 얻으면 우리는….”


“걱정 마십시오, 다 계획이 있습니다..”


“계획?”


“예, 그렇습니다"


“이 급박한 상황에 자네는 어찌 그리 태평할 수 있는가? 그 계획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황제폐하를 암살할 것 입니다.”


“뭐?”


김창수은 잠시나마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건이면 황족출신 아닌가, 자신의 가족을 죽이겠다고?

게다가 황제를 죽인다는건 자신의 목표와는 맞지 않았다. 황제가 누구인가? 1억 신민의 총 지도자이오. 1억 신민들의 정신적 지주이오다.

민주적인 방법을 이용해 권력을 잡아야만 반격이 없을 터, 황제를 암살하면 그 후폭풍이 우리에게 필히 돌아올 것 이다.

창수는 의야함을 삭히며 입을 열었다.


“이건, 그건 너무 지나친 것 같네 다른 방법을….”


“정확히는, 황제 암살을 연극할 것 입니다.”


“연극이라?”


“알고 있겠지만 내일 황제폐하께서 행차를 하신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는 제국의 다른 정치인들 몇몇도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황제가 지나갈 때 우리

랑 별 상관이 없는 우익 정치인들을 죽여버리는 것 이지요. 사건의 배후로는 혼란한 정세를 틈타 황제와 우익 정치인을 죽이고 사회주의 정권을 세우려 했던 좌익이 진범이라 꾸미면 빨갱이와 우익 어중이 떠중이들을 의회에서 몰아낼 수 있고, 그럼 우리가 권력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럼 작전의 실행은 누가 맡을 것 인가? 그런 자살 행위를?”


“들어와 주십시오”

그의 말과 함께 닫혀있던 방문이 열리며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이봉창이오, 반갑소”


자신을 이봉창이라고 소개하며 키 큰 한 청년이 건물로 들어왔다. 이건이 설명을 이었다.


“이 이봉창씨가 이번 작전의 주인공이 되실 것 입니다. 한때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가 옥에도 들어간 적 있지만 지금은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남자입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김창수 원수님 영광입니다.”


“이 작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고 계실겁니다. 이리 중요한 작전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수락하시니, 어찌 그런 용기를 내였는지 참으로도—”


이건은 능구렁이 같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건의 얼굴을 볼때마다 올라오는 묘한 불안감의 원천을 알 수 없었다. 분명 동지일 터인데도 말이다. 20대인데도 총리직을 노리는 능구렁이 같은 자, 그러나 조국을 진정으로 위하는 남자. 참으로도 모순적인 남자다. 말을 듣던 이봉창이 말을 끊었다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지난 35년동안 육신의 쾌락은 대강 맛보았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꿈꾸며 우리 조국의 미래에 헌신할 목적으로 여기에

섰습니다."


이봉창의 말을 들은 이건은 소리죽여 웃더니 자신의 한 상자를 꺼내었다. 상자를 여니 수류탄 세개가 있었다.


“두번째 차량에 폭탄을 던지고 가능하다면 세번째, 네번째 차량도 터트려 주십시오. 두번째와 세네번째 차에 우익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차량에 황제폐하께서 타 계십니다. 첫번째 차량은 털끝도 건드리지 말아주십시오, 황제 폐하께서는 1억 신민의 아버지이니 말입니다."


"그러죠"


"그대의 이름없는 희생은 내 영원히 기억하겠소."


"그럴 필요 없소, 명예를 위해 이 자리에 선 게 아니오. 우리 가족들이나 화에서 잘 지켜주면 그만이오."


"물론입니다"


이봉창의 대답을 듣자 말자 이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황족이다 보니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감시의 눈길이 있어서 말입니다. 두분이서 이야기 마저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이건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창수은 근심어린 한숨을 쉬었다. 창수은 봉창에게 뭐라 한마디 던지려 하였지만 그는 경례를 보내고는 방을 나섰다. 창수은 남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창문으로 밝은 노을빛이 들어왔다.


창수은 잠시 자신이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늘 자신이 정답이라 생각했고 믿어왔던 길, 이 길이 아니면 제국을 회생시킬 수 없을꺼라,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다가 망국의 길에 들어설뻔한 일본을 보았으니, 이 제국도 그리 망국이 되는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문화는 국민들을 즐거이 할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강대한 힘이다. 강대한 힘은 아시아를 밝힐 우리의 미래를 위한 유산이자 더 나아가 세계의 신질서를 구축할 힘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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