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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작성자

별들의 과도기-2

2023년 8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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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여긴 웬일이야.”

보육원 시절에 사귄 친구인 힐은 화가로 진로를 정해서 최소한 후줄근한 모습이지만 굶지는 않고 가끔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는 웨인과 다르게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어 배를 곯고 다니는 것은 다반사에 우주선의 연료비조차 내지 못해서 종종 친구에게 빌붙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엔 종종 보내는 근황 메시지도 뜸해서 웨인의 가슴 한켠에 불안감이 들었는데 찾아와서 얼굴을 보니 안도감과 반가움이 공존했다

그게 말이지 우주선에 연료가 없어서 불시착했어 그래서 말인데 혹시 우주선 연료 좀 빌릴 수 있을까?”

어떤 게 필요하지, 전기 아니면 가스?”

힐이 한 손으로 헬멧을 들고 한 손으로 우주복의 다리에 붙은 먼지를 털면서 얘기했다


전기가 필요해

미안하지만 내꺼는 가스로 돌아가는지라 전지를 비축해둔 게 없어

...어 그래?”

적막한 시간만이 두 남자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런 시간을 먼저 깬 쪽은 웨인이었다

그럼 내가 근처 충전소에서 충전해줄 게 돈은 나중에 생기면 갚고

그래도 될까? 정말로 고마워

친구 사이에 뭘 그럼 인양하러 가야겠네

아냐 그럴 필요는 없어 끌고 왔거든.”

우주선을? 아무리 내가 사는 콜로니가 고질적인 자금 부족으로 중력장 전개장치의 유지보수를 못 해서 중력을 영향을 덜 받는다지만 그 거대한 쇳덩어리를 끌고 왔다고?”

.... 그게 말이지

힐은 머뭇거리면서 뒤에 있던 자신의 우주선을 보여줬다.

원래 몰고 다니던 게 고장 나서 스케빈저들에게 팔아넘기고 작은 걸로 장만했어.”

저걸로 행성 간 이동은 할 수 있는 거지?”

 

많이 초라해 보이지만 제 기능은 다 해

웨인의 우주선도 다른 우주선에 비해서 작긴 했지만 그래도 바이크 계열 종류여서 작아 보이지만 군용으로 쓰이던 걸 개조한지라 바이크류 우주선에선 꽤나 큰 편에 속했다 2열 엔진과 터보, 운석에 붙일 추진제를 담을 탄약고와 그걸 발사하는 사출구가 우주선에 붙어있어서 개방형 좌석을 바꾸기만 하면 다른 우주선과 비등비등해 보였지만 힐의 우주선은 마치 4개를 직사각형 모양으로 이어 붙인 쇼핑카트에 최소한 우주선에 필요한 장치만 달아서 만든 것 같았다
걱정이 된 웨인은 힐에게 여러 방법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괜한 오지랖과 자존심만 건드는 것 같아서 그만두고 그 대신 근황을 묻기나 했다

그래서 요즘 하는 그림 일은 어때?”

아직까진 제대로 된 수입원은 별로 없지만, 최근에는 후원자분이 달마다 500유피씩 후원을 해주고 계셔 그 덕에 많은 곳을 누비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

다행이네 후원자가 생겼다는 건 네 그림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는 거니깐

정말이지 조금 더 열심히 하면 큰 의뢰도 올 것 같아!”

 

힐이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이 충전소에 도착했다.

레핀씨 계신가요?”

 

웨인이 말하자 콧수염을 정돈 중인 한 중년이 나타났다.

웨인씨 어서 오게 주전부리라도 사려고 온 거야?”

아뇨 제 친구의 우주선을 충전하려고 왔습니다

설마 저 엮은 철조망을 말하는 건 아니지?”

레핀이 조용히 말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레핀은 이렇게 조악한 건 처음 본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군말 없이 굵은 케이블을 배터리에 꽂아 충전시켰다

40분 정도는 걸릴 걸세

얼마죠 레핀씨?”

“400유피

저번에 외상으로 달아놓은 음료까지 합하면요?”

 

“420유피

여기 있습니다

웨인이 준 지폐를 세리고 거스름돈을 주고는 레핀은 힐에게 말했다

거기 왜소한 친구

..네엡?”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태양광 발전기 정도는 달아놔, 잘못하다가 전력이 없어 시동이 꺼져서 망망대해에서 실종이 되는 수가 있어

네에..”

 

힐은 돈 문제 때문에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웨인은 끼니를 잠 때문에 거른 걸 생각하면서 힐과 함께 근처 24시 식당에 들어갔다.

뭘 그리 축 처져 있어

그냥 오랜만에 본 친구에게 돈이나 축내고 있는 거 같아서

괜찮으니까 나중에 갚으면 돼 아니면 초상화도 좋고 일단 밥이나 먹자 여기 가성비가 좋으니깐 눈치 보지 말고 시켜

 

힐을 소심히 계란과 빵 그리고 콩이 있는 메뉴를 시켰고 웨인은 그런 힐을 보며 일부러 베이컨과 소시지가 잔뜩 있는 2인 메뉴를 시켰다.

두 사람이 시킨 메뉴가 나오자 웨인은 주눅 들어있는 힐의 접시에 베이컨과 소시지를 덜어주고는 대화를 꺼내며 식사하기 시작했다 보육원에 있을 때 추억, 그림, 회사 이야기를 꺼내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자 풀이 죽어 등이 쳐진 힐도 어느샌가 표정이 밝게 돌아왔고 음식은 죄다 오랫동안 구워서 빵도 딱딱했고 베이컨은 말라비틀어졌으며 계란은 퍽퍽해서 커피 한 모금 없이는 삼키기 어려워서 맛은 좋다고 할 수 없었지만 중요치 않았고 같이 지내고 자란 친구끼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니 변변치 않은 식사가 퍽이나 맛이 있었다.

그러다가 힐이 음료 디스펜서에서 오렌지 주스를 컵에 잔뜩 떠 올 때 뒷자리에서 술에 떡이 된 여자가 일어나더니 웨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당황한 웨인은 손을 떨쳐내려고 할 때 얼굴을 보고 지겨운 듯이 말했다

이그나시오... 또 술 퍼마시고 떡이 됬구나

술에 취한 여성은 불만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그나시오가 아니라 이그나시아야!”

붉은색의 긴 머리를 한 이그나시아는 뒷골목에서 싸구려 주사위 도박, 포커, 슬롯머신을 땡기다가 딴 돈으로 가장 저급인 주정에 물 탄 값싼 술을 홀짝이면서 하루의 절반을 술집에 몸을 맡기는게 그녀의 금요일과 주말일과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군이었지만 한쪽 다리가 잘린 후로는 해군쪽에서 치료해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로 명예퇴직을 당하게 되었다, 퇴직금으로 자신의 의족을 만들다가 용접에 재능이 있는걸 안 자신의 허무맹랑한 계획을 위한 첫걸음인 막대한 자산을 위해 그녀는 콜로니에서 자신의 공방을 차려서 짭짤하게 수입을 얻고 있었는데 이를 시기한 도박꾼들이 몰래 이그나시아의 돈을 훔치다가 들키고 도망을 칠때 웬 카우보이 복장을 한 남자가 실수로 자신의 우주선으로 들이박은 것을 계기로 둘은 서로 안면을 텄다, 마침 웨인은 가끔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낼 동네 친구가 필요했고 이그나시아는 자신의 계획을 들어줄 친구 그리고 계획에 동참을 할 사업파트너가 필요했다, 이그나시아가 말하는 대부분의 계획은 웨인이 반박하거나 한 귀로 흘려넘겼지만 그런 와중에도 서로 친해져서 눈이 마주치면 중지 손가락부터 들고 티격티격하며 생일에 선물로 주는 친한 사이로 발전했다, 여전히 웨인에게 이그나시아의 계획은 제정신이 아닌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그거지 뭐

다르거든

아무튼 제발 취했으면 곱게 집에 가

아니 웨인 내가 정말로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 있거든 들어볼래?”

 

거절하지

?”

저번처럼 은하계 변두리 구석에 있는 망해가기 직전의 식당을 헐값에 매입해서 간단한 리모델링을 거치고 니가 만든 유증기맛 나는 갤럭시 볼케이논가 뭔지하는 칵테일 팔아서 큰 돈을 번다는 계획처럼 허무맹랑한 계획이나 세우고 있을게 분명하니깐 그렇지

갤럭시 볼케이노가 아니라 팬 갤럭틱 가글 블래스터야! 그리고 이번에는 계획적이고 현실성있는 아이디어야

티격태격 대화를 이어나가는 두 사람 가운데 힐은 말싸움 하는 줄 알고 착각해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오렌지맛 주스가 든 컵을 쥔 채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러다 두 사람 가운데서 힐이 서있는 걸 본 이그나시아가 먼저 웨인에게 힐에 대해서 물었다

웨인 이 사람 아는 사람이야?”

.... 힐 여기 있었구나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지인인 이그나시아야

힐의 등장으로 시끄러운 대화가 그치고 서로 통성명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반가워요 힐 이사벨라 이그나시아에요

 

이그나시아는 웨인과 대화했을 때 지은 퉁명스러운 표정과 달리 힐에게는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저도 반가워요 이그나시아씨 폴 엡스타인 힐이라고 합니다 편안하게 힐이라고 불러주세요 이거 인연이 이렇게 됐는데 같이 식사라도 하실까요?”

저야 대화 나눌 친구는 언제나 환영이에요

..

웨인이 말릴틈도 없이 힐은 자기 접시와 음료를 이그나시아가 있던 4인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그러곤 자리에 착석한 힐은 이그아시아의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웨인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접시를 들고 이그나시아에게 향했다

그래서 이그나시아 그 아이디어라는게 뭔데?”

요즘 정거장이 지어지는 구역에 파편하고 운석이 치워지는 건 알고있지?”

네가 스페이스 카우보이니깐 더 잘 알지 그건 왜?”

그럼 말이 더 잘 통하겠네 그 치워지는 돌덩어리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

 

그냥 변방에 그물쳐서 거기 던저두거나 아니면 운석, 파편을 필요로 하는 기업 쪽에서 수거해가지

그 변방에 버려지는 운석과 파편을 잘 모아서 뭉친 뒤에 잘 다듬어서 거기에 건물을 짓고 엔진하고 터보를 달아서 이곳저곳 여행하는거야 그 경험으로 책을 내서 때돈을 버는거지 어때?”

웨인이 한마디 할려고 했으나 힐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거 좋네요! 집세도 안내고 이곳저곳 가면 여러 창작의 영감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힐씨는 예술가야?”

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역시 예술가는 낭만이 뭔지 안다니깐

웨인은 황당한 계획에 친구까지 긍정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현실성을 들먹이며 초를 쳤다

 

아니 운석은 어떻게 다듬고 붙일건데?“

 

게일네 자원채굴 알지?“

 

그야 당연하지

최근 게일네 자원채굴이 파산으로 레이저 절단기하고 진동 파쇄기를 굉장히 싸게 내놨어 레이저 절단기로 돌을 자르면 버터가 뜨거운 칼에 대인 것처럼 녹아버리잖아

그렇지

녹인 면이 식기 전에 재빨리 절단면까리 붙이면 식고 굳으면서 하나가 되니깐 이론 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태클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최소한 가설만 가지고 도전 하는건 무모한 짓이야

아주 작은 스케일이긴 하지만 내 주먹만한 돌 두덩이의 끝부분을 녹여서 붙이는 데에 성공했어

웨인은 반박하고 싶지만 어이가 가출함과 동시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걸고 넘어져야 할지 몰라 생각을 포기했다

그런 웨인의 심정도 모르고 힐은 맞장구를 쳐주며 진심으로 이그나시오의 의견에 동조하자 될 때로 대라는 생각으로 둘의 대화를 들었다

 

정말로 근사한 계획이네요, 이그나시아씨 운석을 타고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영감을 얻는다는 건 저도 할 수 있으며 꼭 해보고 싶어요

이그나시아는 웨인과 대화할 때 지었던 퉁명스러운 표정지었지만 힐과 대화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둥 밝게 웃음을 지었다

 

지금 사람만 있으면 당장 할건데 어때요 한번 같이 해보실래요?“

 

!“

그럼 일주일 안에 이 식당에서 오면 더 자세한 사항을 알려드릴께요 전 항상 여기에 있거든요

힐과 이그나시아는 약속이 채결되었다는 듯 서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 화기애에한 분위길 깨는 건 웨인의 말이었다

 

힐 이제 우주선 찾으러 가야하지 않아?“

 

.. 그렇긴 한ㄷ

 

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웨인은 힐을 이르켜 세우고는 갈 채비를 했다

이그나시오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할 일이 좀 남아서 말이야

식당을 급히 떠나는 힐과 웨인에게 이그나시아는 외쳤다

웨인 너도 관심 있으면 힐이랑 일주일 안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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