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남기로한자
아티클 작성자
별들의 과도기-1
푸르른 인류의 요람에서 태양 빛이 닫는 곳까지 진출한 인류는 무한한 우주를 나아가면서
발을 디딜 수 있는 모든 곳에는 건물을 짓고 삶을 터전을 구축해갔다.
그러나 무한한 우주 거리는 천문학적이었기에 행성 간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공기조차 존재치 않는 허공에 만들고 있었다
요람을 벗어난 첫걸음은 역사서에 거대한 한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만 모든 역사가 그렇듯 명과 암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터전을 잡고 가꿔나가는 인류에게 풍족한 것은 무한한 공간과 사람뿐 그 외의 사치품과 양질의 일자리는 극소수에게만 해당 되었고 대부분은 오늘내일하는 간단한 일용직이나 출근 전에 멀쩡했던 팔다리가 퇴근 후에는 그 사람의 일자리와 함께 사라지는 힘들고 위험한 일들만이 가득한 인류의 정착기이자 인권의 과도기였다
그런 세상 속 은빛 8평짜리 트레일러에서 이 남자는 늦은 시간에 나오는 프로파간다 낡은 텔레비전을 집안이 적적하다는 이유로 보지도 않으면서 계속 켜두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대호황기를 맞이한 건축업은 요람을 스스로 걷어차고 걸음마를 시작한 인류의 실업자들에게 양질을 일자리를 가져다줄 수... 수.....ㅅ ...........”
“아디오스 스페이스 카우보이”
텔레비전을 켜둔체 뜬 눈으로 날을 지새우며 중얼거리는 이 남자는 너덜너덜한 넝마와 희미한 붉은 색의 판초를 망토처럼 입고 있었다.
“ㅅ....수.....스스스스스......(치익-치이이이이익)”
“저건 또 고장이냐...”
남자가 텔레비전의 옆을 차자 그대로 뭔갈 말하고 싶었던 텔레비전은 고장이 났는지 꺼졌다.
“이게 고장 날 일은 없을 텐데... 허 참... 이 정도 박봉으론 새로 마련할 수도 없고 한동안 라디오만 들고 살아야겠구만”
멍하니 고장 난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남자는 벽시계를 흘긋 보곤 일할 시간이라는 걸 알고는 모자를 쓴 채 나갔다.
회사에서 지급해준 오래된 간단한 우주복을 입곤 문을 열고 흡사 지구에선 오토바이라고 불렀던 기계와 비슷하게 생긴 좌석이 노출되어있고 엔진이 2열로 장착된 1인승 용 우주선을 타고 일터로 나아가는 이 남자의 이름은 웨인 브리너, 18살이 되던 해 자라온 보육원에서 3만 유피를 받고는 퇴소당한 웨인은 1500 유피를 내고 몸 누울 곳을 얻었다,
그러곤 3개월간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자신이 원하는 사무직은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고 얼마 남지 않는 돈의 압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운석과 파괴된 행성 잔해를 몰아서 변방이나 재활용 센터에 가져다주는 박봉의 스페이스 카우보이나 거대한 행성 간의 공백으로 행성을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상냥한 말과 총구를 들이밀며 돈과 귀중품을 갈취하는 해적을 소탕하는 죽기 딱 좋은 해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인연이 하나도 없는 타인을 위해서 개처럼 구르다가 눈먼 총탄 혹은 광선에 맞아 죽기는 싫었던 웨인은 당연하게도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취직했고 그게 그가 26살이 되고도 아직까지 궁핍하게 살아가는 이유였다
“좋은 하룹니다 그려”
이제 일터에 막 도착한 웨인은 헬멧을 벗고 힘 빠지는 소리로 말했다
“웨인씨 오셨나요? 오늘은 좀 일찍 오셨네요”
“네 뭐.... 집에서 할 일도 없고 출근길에 보이던 운석이나 자해들도 없어서 말이죠, 근데 크리스토퍼씨는 오늘 공일 아니었나?”
꾀죄죄한 형색의 웨인에 비해서 멀끔하게 차려입은 차가운 양복과 가르마는 탄 머리를 한 크리스토퍼가 한숨을 깊게 쉬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요 최근에 그만둔 이반씨 아시나요?”
“어 알지 그 피곤한 얼굴에서 커피 들고 다니던”
“그분이 카우보이분들 포함해서 업무 조정하시는 분 이셨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졌길래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도박 빚 때문에 사채를 져서 어디론가 도망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별일이 다 있네 그래서 오늘부턴 크리스토퍼 씨가 업무조정 하는 거야?”
“네 당분간은요 음... 웨인씨는 RO-1S구역으로 가시면 돼요”
“알았어 곧 출발하지”
회사복지로 밖의 가게에 비해서 1/10 정도밖에 안 하는 가격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마시고는 다시 헬멧을 쓰고 원래 하던 인사 담당과 함께 업무조정을 하게 되어 과로하는 크리스토퍼를 뒤로 하고 웨인은 우주선에 시동을 걸고 알려준 RO-1S구역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무직들도 고생은 피차일반이네”
자기가 맡은 구역으로 날아가면서 자신이 그렇게 원했던 사무직을 일찍이 21살에 맡은 크리스토퍼가 업무에 과중한 모습을 보이자 사무직이든 현장직이든 고생하는 건 피차일반인가 생각하며 월세, 고장 난 텔레비전, 식비 등등 지출과 미래 걱정에 깊이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RO-1S구역에 도착했다
“거참 많기도 해라”
웨인이 하는 스페이스 카우보이들의 업무 자체는 간단했지만 하는 것은 바닥에 뿌려진 모래를 하나하나 핀셋으로 옮기는 것만큼 지겹고 고단한 일이었다
먼저 운석과 파편을 옮기기 위해선 먼저 1L짜리 텀블러같이 생긴 추진체가 달린 원통 부착물을 붙이고 계기판에 달린 버튼으로 추진체 발진시키면 무선으로 이어진 우주선과 추진체 안에 있는 유도장치 덕에 추진체가 달린 운석과 파편들은 우주선의 뒷꽁무니를 따라간다 그 후에 처리장소에 도달하면 우주선의 계기판으로 추진체를 자폭시켜 더 이상 운석과 파편이 어디론가 가지 못하고 처리장소에 있는 그물에 걸려 망망대해에 고요히 있게 되면 성공적으로 일이 끝난 거다
말로만 들으면 운전만 익히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추진체를 한 땀 한 땀 부착하는 것과 카우보이를 짓눌러버리려고 다가오는 운석과 파편 그리고 그걸 부추기는 추진체를 회피하기 위한 운전실력 마지막으로 처리장소에 다다랐을 때 적절한 타이밍에 폭파시켜서 그물에 안착하도록 약간 추력을 남기는 감각이 있어야 운석에 의해 쥐포가 되지 않거나 그물을 뚫거나 도달하지 못하고 근처에 운석과 파편이 맴도는 경우 없이 돈을 받으면서 일 할 수가 있었다
위에서 말한 점들을 웨인은 아주 능숙히 처리했고 올림픽에 스페이스 카우보이 종목이 신설되면 메달은 따놓은 상당이었지만 최근 크게 늘어난 실업자들의 상당수가 스페이스 카우보이로 취업하자 임금을 정하는 중요 요소인 ‘너 말고도 할 사람 많아, 라는 이유로 위험한데다 박봉으로 웨인의 직업 가치관인 안전과 고수입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친 직업을 웨인은 안전한 일을 구하면 바로 때려치우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도 구해지지 않아 체념한 채로 일하고 있었다
“돌덩어리들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하아,,, 내 거지 같은 인생”
신세 한탄 하면서 오늘치 할당량을 끝낸 웨인은 다시 회사로 돌아가서 퇴근 도장을 찍고 집에서 퍼질러 진 채 다음 2일간은 주말임을 안도하며 중얼거리곤 잠에 빠졌다
“아디오스.. 스페이스 카우보이”
(쾅쾅쾅)
웨인이 푹신한 소파이자 침대에 몸을 맡긴지 약 4시간이 지났을 무렵 은색 컨테이너의 문을 죽어라 두들기다 못해 분풀이하는듯한 소리에 비몽사몽 한 채로 일어나 눈을 찡그리며 얼굴을 손으로 훑고는 문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집세는 제때 냈고 업무는 실수 없이 다 처리했는데?... 네 갑니다. 가요!”
졸린 목소리로 말을 하고 문을 열자 웨인에게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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